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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의 부상과 세계 금융 시스템의 변화

by 꿀도비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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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그림

CBDC란 무엇인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개념과 필요성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기존 지폐나 동전과 달리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법정통화다. 이는 기존의 전자화폐나 가상화폐와는 성격이 다르며,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통제하는 ‘공공 신뢰 기반’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고유한 위상을 갖는다.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은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첫째, 비대면 사회 확산에 따른 현금 사용의 급감이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현금 결제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현금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통화가 요구되었다. 둘째는 민간 주도의 암호화폐(예: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이다. 이들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는 우려와 함께, 금융안정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주권을 지키고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CBDC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포괄적 금융접근성 확대의 측면이다.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소외계층도 디지털 지갑만으로 국가 통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이는 경제적 형평성을 개선하는 방향성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CBDC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통화체계의 근본적 전환을 예고하는 변화로 평가된다.

전 세계 국가들의 CBDC 도입 동향: 경쟁과 실험이 공존하는 시대

현재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이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5개국이 시범 사업 단계에 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2020년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외국인 대상의 결제 실험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질서에 도전장을 내미는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적 검증과 법적 프레임워크를 준비 중이며, 2026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민간은행의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로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디지털 달러와 관련된 기술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2021년 ‘e-Naira’를 도입하여 아프리카 최초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상용화를 실현했고, 바하마의 ‘샌드달러’는 2020년부터 공식 통용되고 있다. 인도는 2023년부터 도입을 선언하며 디지털 루피의 기술적 실험을 완료했고, 브라질·러시아·태국 등도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경제 구조, 통화 정책, 기술 인프라에 맞춰 다양한 모델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양한 디지털 통화가 공존하게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CBDC가 바꾸는 금융 시스템의 구조: 은행의 역할, 통화정책, 개인의 선택

CBDC의 확산은 금융 시스템의 기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은행의 역할 변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이다. 기존에는 중앙은행이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해왔지만, CBDC 도입 시 중앙은행이 개인과 기업에 직접 통화를 공급하는 ‘직접형 모델’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민간은행의 예금 기반이 약화될 수 있으며, 이는 대출 여력 감소나 금융중개 기능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는 ‘중개형 CBDC’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이 모델은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되, 유통과 관리는 기존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이 수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둘째는 통화정책의 정밀성 향상이다. 기존에는 금리를 조절하거나 양적완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을 조율했지만, CBDC를 활용하면 특정 계층이나 산업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등 훨씬 정교한 정책 실행이 가능하다. 셋째는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다. 디지털 통화는 거래 내역이 모두 기록되므로, 개인정보 보호와 감시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사회적 논쟁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국민 수용성과 신뢰 확보가 핵심이 되며, 이를 위해 투명한 법률 제도와 사용자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소비자와 기업의 ‘선택’도 중요한 변수다. CBDC가 민간 결제수단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어야 자발적 채택이 일어나며, 이는 결국 성공적인 확산의 핵심 조건이 된다.

향후 전망과 글로벌 금융의 미래: 공존, 경쟁, 조율의 시대

CBDC는 향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디지털 통화가 국가별로 도입되면, 기존의 달러 중심 결제 시스템이 다극화되고 지역 간 통화 경합이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국제 송금의 간소화와 비용 절감 효과는 국경 간 금융 거래의 방식을 바꾸고, 중개 은행의 역할을 감소시킬 것이다. 이는 글로벌 상거래와 외환시장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디지털 통화 간 협약 체계’다. 이미 BIS(국제결제은행)를 중심으로 다수국간 실험 프로젝트(MBridge, Jura 등)가 진행 중이며, 이는 국가 간 CBDC 연계 시스템 개발을 통해 실시간 외환 결제, 자동 환율 변환, 실시간 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국제 금융 규범이 요구되며, IMF, G20, OECD 등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CBDC는 공공성과 효율성, 기술혁신과 금융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며, 각국은 독립적인 통화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복합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향후 10년은 디지털 통화 시대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로, 이는 단순한 금융 혁신을 넘어 인류 경제 시스템의 판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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