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채의 구조적 위기: 사상 최고치의 경제적 함의
전 세계 경제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중, 2025년 들어 새로운 위험요인이 부상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세계 총부채는 324조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세계 GDP의 336%에 해당하는 수치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이다.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쳤고,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까지 증가하면서 부채 부담이 가속화되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까지도 정부·가계·기업 부문의 부채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점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문제는 단순한 수치 상승이 아니라, 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 저하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 촉발 가능성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과거보다 더욱 정밀하고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의 취약성: 외화 부채, 금리 상승, 정치 불안의 삼중고
신흥국들은 글로벌 부채 위기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특히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는 외화 표시 부채의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하여,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가 확산된다.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이집트, 튀르키예 등은 이미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거나, 추가 지원을 논의 중에 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외화 부채 비중이 높고, 물가 불안과 정치적 불안정성을 동시에 겪고 있다. 또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내수 경제는 위축되고, 민간 부문 또한 신용경색에 빠지게 된다. 자본 유출까지 겹치면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식량 및 에너지 가격 변동은 자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는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국제 투자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이에 따라 신흥국 자산은 투기적 성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들 국가는 성장률 저하, 재정 긴축, 실업 증가, 사회 불안의 연쇄 반응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세계 경제의 방향성과 정책적 대응의 과제
글로벌 부채의 급증은 단기적인 위기를 넘어서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2025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요한 분수령이 도래한다. 약 26조 달러 규모의 채권이 만기를 맞이하며, 그중 7조 달러는 신흥국 채권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제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또는 동결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 정부는 유동성 확보와 금융 안정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글로벌 금융기구의 역할도 확대될 것이다. 신흥국은 구조 개혁과 채무 재조정,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위기 대응력을 키워야 하며, 공급망 다변화 및 내수 시장 강화를 통해 중장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달러, 금,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단기간 내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향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와 더불어 고위험 환경을 전제로 한 정책 설계가 불가피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